이스라엘 학자인 바-에프랏이 『성경의 내러티브 예술』이라는 제목으로 1989년에 출간한 책은 내러티브의 각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잘 다루고 있다. 제1장은 해설자의 전지성(omniscience)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해설자를 “공개적인 해설자”(overt narrator)와 “비공개적인 해설자”(covert narrator)로 구분해서 다룬다. 바-에프랏은 해설자의 역할에 절대적인 비중을 둔다. 해설자는 “선험적인 범주”(an apriori category)에 속하는 존재로서 내러티브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본다. 인물과 사건과 이의 중요성에 이르기까지 내러티브 세계의 성격과 본질이 전적으로 해설자에게 달렸다고 믿는다. 해설자라는 인물과 그가 수행하는 역할이 내러티브에 가장 중요하다고 바-에프랏은 강조한다.
제2장은 인물(character)에 대해서 다루는데 “직접적인 인물묘사”와 “간접적인 인물묘사”로 나누어서 다룬다. 직접적인 인물묘사는 “외적인 모양이나 내적인 성격”을 통해서 드러나고, 간접적인 인물묘사는 “말, 행동, 조연 인물들”을 통해서 드러난다. 바-에프랏에 따르면 성경에서 인물의 외관에 대한 묘사는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데 간혹 나타나더라도 아주 일반적인 용어로 묘사할 뿐이다. 외적인 인물묘사가 나타날 경우에는 플롯의 발전에 꼭 필요할 경우에만 한다.
제3장은 플롯(plot)에 대해서 다루는데, “하나의 내러티브”와 “여러 개의 내러티브들이 뭉쳐있는 형태”를 구분해서 다룬다. 플롯은 독자의 관심과 감정이입을 일으키도록 사건들을 배열하고 있다. 플롯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사건’(incident)이다. 몇 개의 사건의 단위들이 결합되어서 더 큰 ‘장면’(scenes)이나 ‘막’(acts)을 형성한다. 어떤 내러티브는 단 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내러티브는 여러 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있는 단위들은 “원인과 결과” 혹은 “대구법” 혹은 “대조의 원리”에 따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 플롯은 시작과 끝에 이르기까지 일종의 패튼을 갖고 발전해 가는데, 액션이 시작된 이후에 점점 갈등을 고조시켜 가다가 절정에 이르고 이어서 해결을 맞이하게 된다. 플롯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세력’ (“두 개인 간에 혹은 한 사람의 내적 외적 대립, 혹은 개인과 조직 간의 갈등” 등) 간의 ‘갈등’ 혹은 ‘충돌’이다. 하나의 내러티브는 더 큰 내러티브의 일부분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서의 많은 내러티브들은 창세기에서 열왕기하에 이르기까지 여러 책을 관통하는 큰 내러티브의 일부분이 된다.
제4장에서는 “시간(time)과 공간(space)의 구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시간 구성은 “지속 시간과 순서”에 대해서 다룬다. 내러티브에 나오는 시간은 객관적인 시간과 완전히 다르다. 객관적인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흐름의 방해 없이 지속적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해설된 시간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상황에 따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때로는 갭이 생기기도 하고, 지연되기도 하고, 점퍼하기도 하고 뒤로 가기도 하는 것”이 내러티브 속에 나타나는 시간 개념이다. 바-에프랏에 의하면 성경의 공간 구성은 시간 구성과 상당히 다르다. 성경 내러티브에 펼치진 세상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그리고 한 곳에 제한되어 있지 않고 여러 지역, 여러 나라(이스라엘,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등)에 걸쳐서 나타난다. 해설자는 한 지역씩 움직이면서 그곳에 일어난 사건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야곱이 하란 땅을 간 것, 그리고 그가 다시 벧엘로 돌아온 것과 같은 식으로 묘사한다. 성경 내러티브가 공간을 소개하는 방법은 주로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따라가거나 장소를 언급함”을 통해서이다.
제5장에서는 ‘문체’(style)를 다루는데 문체를 표현하는 장치들인 “음과 리듬,” “단어의 의미,” “어휘의 반복,” “어순” 등을 다룬다. 이어서 바-에프랏은 열왕기상 1장에 나오는 아도니야 내러티브와 사무엘하 17장에 나오는 후새의 언어를 문체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마지막 장에서 바-에프랏은 자신의 내러티브 기법을 사용하여 암논과 다말의 내러티브를 분석하면서 결론을 맺는다.
바-에프랏은 올터처럼 자료 비평, 편집 비평, 전통역사 비평과 같은 역사적 접근을 완전히 부정하고 오직 앞에 놓인 성경 본문만을 다룬다는 점에 있어서 ‘새 비평’(New Criticism)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의 논리는 이런 역사비평 방법론들은 성경 내러티브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것”을 다루지만 문학적 접근은 실재적인 “완성된 것”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쿨리지는 이런 방법이 허구의 수사학에 의존하는 “전비평적인 순진함”(precritical naïveté)이라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바-에프랏이 유대인 학자이기 때문에 정경의 범위에 있어서 기독교적인 관점과 불가피하게 다를 수밖에 없지만 창세기의 내러티브는 열왕기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새 창조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기독교인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구약과 신약을 포괄하는 ‘메타내러티브’ (meta-narrative)에 대한 더 넓은 관점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김진규, <구약성경에서 배우는 설교 수사법>에서 인용; 각주 정보는 저서 참조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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