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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운영자

포껄만의 『성경 내러티브 읽기: 서론적 지침서』

포껄만이 1975년에 낸 『창세기 속의 내러티브 예술』이란 책은 역사비평에서 취하는 통시적 분석과는 달리 구조주의 (structuralism) 방법론을 사용하여 공시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구조주의 접근은 분문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사용된 언어의 기능적, 양식적 관계에 관심을 갖는다. 이 책은 시기상 올터의 저술보다 앞서지만 방법론상 공시적 분석이라는 방법 외에 서시비평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

1999년에 출판된 포껄만의 『성경 내러티브 읽기: 서론적 지침서』는 원래 1995년 화란어로 출판된 책이다. 이전의 책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내러티브에 대한 서사비평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는 먼저 성경의 원래 쓰인 당시로 돌아가려는 역사비평적인 접근에 대해서 “고상한 이상”에 불과한 방법으로서 “결코 실행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저자가 책을 저술한 이후에는 그 책은 아기가 탯줄을 끊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듯이 텍스트 자체가 독립된 실체로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의도한 것이라고 정당화한다.텍스트의 의미는 흔히 해석학에서 ‘주석’(exegesis)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고정된 객관적인’ 의미로 이해한다면 잘못된 이해라고 주장한다. 텍스트는 독자를 만나서 텍스트를 듣기 시작할 때 살아나게 된다고 본다.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성경이 “어떻게 말하는가”에도 독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포껄만은 저자나 그의 목적이나 그의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지만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본질적인 것은 “텍스트 자체가 제공하는 것, 텍스트가 불러들이는 세계, 텍스트가 구현하는 가치,그 다음 대면, 상호작용, 마찰과 때로는 이 모든 것과 독자의 세계와 가치 사이의 충돌”이라고 본다. 포껄만은 성경해석의 과정은 텍스트와 독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는 독자의 주관성을 인정하지만 독자는 자신의 주관성에 따라 마음대로 하는 그런 해석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성을 통제해서 텍스트를 선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훈련된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즉 텍스트와 독자는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고 본다.

포껄만은 내러티브를 다루는데 먼저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다룬다. “언어(language)와 시간(time)”의 문제이다. 독자는 언어를 통해서 텍스트를 접하게 된다. 저자는 언어를 사용할 때 규칙과 관습의 지배를 받아 표현하며 이는 텍스트 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래서 독자의 목표는 이야기들을 ‘내부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시간에 대해서는 “담화 시간”(discourse time), “해설된 시간”(narrated time), “해설된 사건의 실제적인 순서”(actual sequence of the narrated events) 등 세 가지 관점에서 다룬다. 마지막 항목은 사건의 진술에 있어서“뒤를 회고하거나 앞의 일을 내다보는 시점”을 의미한다. 바-에프랏처럼 포껄만도 해설자의 역할에 대해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해설자는 저자의 “방계자손”(offshoot) 혹은 “하위인격체”(sub-personality)와 같다고 본다. 어떤 저자도 이야기를 쓴다면 자신은 익명으로 남아있고 대신 해설자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낸다. “해설자는 선을 긋고, 세부사항들을 선택하고, 가장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자기에게 맞춘다. . . 그는 시간을 구성하고, 공간을 그리고, 등장인물들을 등장시켰다가 내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독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고,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기도 한다.” 또 해설자는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이기 위해서 애쓰는데, 이런 관점에서 해설자는 수사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사학은 일종의 수사 분석의 한 형태”라고 포껄만은 본다. 포껄만은 ‘플롯’(plot)을 “이야기의 주된 조직 원리”라고 정의를 내린다. 플롯은 행동의 과정 중에 시작, 중간, 끝이 있는데,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이는 플롯의 개념 이해에 대단히 중요하다. 좋은 이야기 속에는 문제나 결핍이 존재하고, 다음 단계로 장애나 갈등이 야기되고, 마지막에 장애나 갈등을 해결하면서 파국을 맞게 된다. 포껄만은 플롯을 설명하면서 ‘추구’(quest)와 ‘영웅’(hero)이란 개념도 함께 설명한다. 이야기의 궤도(trajectory)는 주로 영웅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안을 추구하면서 시작된다. 영웅은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가치의 대상을 추구하게 된다.이야기 속에서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주체는 영웅이 된다.

포껄만은 “반복의 힘”(the power of repetition)이라는 제하에 히브리 내러티브의 반복의 예술을 다루고 있다. 서구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반복을 될 수 있으면 피하도록 훈련을 받지만 성경은 오히려 반대임을 지적한다. 성경 문학의 독특성은 반복에 있음을 강조한다. 반복에는 유사한 반복과 상이한 반복이 있는데, 포껄만은 엄격히 말하자면 완전히 동일한 반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동일한 것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유사한 것과 상이한 것이 혼합된 형태의 반복이라고 본다. 해설자는 이야기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데, 전달하는 정보의 양을 다양한 목적을 위해 섬세하게 조절한다. 정보의 조절을 통해 “긴장을 유발하기도 하고, 독자로 하여금 헛다리짚게 만들기도 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자신의 관점을 맞추기도 한다.” 포껄만은 산문(prose)체와 시(poetry)문체에 대해서 논하면서 시문체가 산문체와 다른 점은 “플롯이 없다는 점과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데 산문체 안에 종종 상당한 분량의 시들이 등장하는데 (예, 창49; 출15; 민23-24; 신32-33 등) 이는 산문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포껄만의 내러티브 해석에 있어서 잠정적인 약점은 저자의 의도에 대한 거의 전적으로 무시하는 견해이다. 그의 방법론에는 새 비평(New Criticism)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롱맨이 강조한 것처럼 저자, 텍스트, 독자의 균형 있는 관점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진규, <구약성경에서 배우는 설교 수사법>에서 인용; 각주 정보는 저서 참조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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