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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린의 『시학과 성경 내러티브의 해석』

올터의 책이 나온 지 2년 후에 벌린의 『시학과 성경 내러티브의 해석』(Poetics and Interpretation of Biblical Narrative; 1983)이라는 내러티브 연구서가 출간되었다. 먼저 벌린은 시학(poetics)의 정의부터 내린다. 시학은 문학의 과학으로서 해석을 시도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문학의 문법을 찾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시학과 문학과의 관계가 언어학이 언어와의 관계와 같다고 보았다. 내러티브 연구는 시학의 분과에 속한다고 보았다.

벌린은 인물과 관점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여 나름대로 독창적인 기여를 하였다. 벌린은 인물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첫째 대리인(agent)은 플롯에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는 인물이다. 둘째 모형(type)은 어떤 전형적인 특징을 지닌 부류의 사람을 나타내는 인물이다. 셋째 인물(character)은 다양한 특징을 지닌 사람으로서 플롯에 필요한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이런 세 유형의 인물들은 다양한 인물묘사(characterization)의 기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해설자나 다른 인물들의 진술이나 평가를 통해서 혹은 인물 자신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인물묘사는 주로 이루어진다. 올터가 이미 언급한 것처럼 성경의 인물묘사는 직접적인 대화에 비해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인물은 주로 플롯에 종속되기 때문이라고 벌린은 보고 있다. 그래서 주로 인물묘사가 이루어지면 플롯에 필요하기 때문에 등장한다고 보았다. 벌린은 묘사(description)의 기법 외에 인물의 ‘내적인 삶’(inner life), 인물 자신의 ‘말과 행동’(speech and actions), 인물간의 ‘대조’(contrast) 기법을 통해서 인물묘사가 이루어지는데, 중요한 점은 성경의 내러티브는 이런 다양한 인물묘사의 기법을 함께 결합해서 사용한다는 점이다.

제3장에 관점에 대해서 논하면서 벌린은 성경 내러티브의 관점을 영화의 “카메라 눈”(camera eye)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해설자는 카메라의 눈과 같아서 우리는 그가 제시하고 있는 것만 보게 된다. 그는 뭘 보여주고 뭘 뺄 것인가를 조심스럽게 선별해서 보여준다. 벌린은 성경의 내러티브가 단순한 관점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다면적인 관점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다고 보았다. 벌린은 특히 채트맨(Chatman)과 우스펜스키(Uspensky)의 관점 이론을 도입하여 관점을 설명한다. 채트맨이 말한 “인지적 관점,” “개념적 관점,”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내러티브의 관점을 분석하였다. 예를 들면 창세기 37장에는 해설자와 야곱과 형제들의 인지적 관점과 요셉의 이해관계의 관점이 서로 얽혀서 다면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내러티브의 깊이를 더하게 되어 좋은 내러티브를 만든다고 벌린은 평가한다. 벌린은 관점의 시학을 다루면서 우스펜스키가 사용한 다양한 관점의 레벨을 접목하여 내러티브의 관점을 분석하고 있다. 성경에 해설자의 관점과 등장인물의 관점이 때로 섞여 나타나기 때문에 분간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지만 “이름 짓기(형제, 누이 등과 같은),” “내적인 삶,” “힌네라는 용어,” “정황적 구절,” “직접적인 대화와 내레이션,” “대안적 표현” 등을 통해서 등장인물의 관점을 주로 묘사한다고 본다. 성경의 내러티브는 이런 다면적인 관점들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내러티브의 깊이와 세련됨을 더한다. 벌린은 이런“다면적인 관점을 인식하는 것이 암시적 저자(implied author)의 관점을 발견하는 첫 단계이고 이는 곧 이야기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게 되는 첫 단계가 된다.”고 보았다. 벌린은 제4장에 자신의 이론을 룻기에 사용된 시학을 분석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벌린의 견해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분야는 그녀가 시학과 해석을 다룬 부분이다. 벌린은 시학이 반드시 해석에 앞선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그녀의 분석은 해석이 앞서 있다고 그린스타인은 지적하고 있고, 굿은 벌린이 사용하는 시학이라는 용어가 상당히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앞에서 롱맨이 지적했듯이 벌린의 성경 역사관은 심각한 비판을 받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벌린은 문학 장르와 역사 장르를 혼동하고 있는 인상을 준다.

(김진규, <구약성경에서 배우는 설교 수사법>에서 인용; 각주 정보는 저서 참조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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