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스테른버그의 『히브리 내러티브의 시학』

1987년에 출판된 스테른버그의 『히브리 내러티브의 시학』(The Poetics of Biblical Narrative)은 성경 내러티브 연구에 또 다른 획을 그은 탁월한 저술이다. 그가 내러티브 연구를 시작한 것은 그보다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술한대로 올터도 그의 글들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을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스테른버그는 그의 책에서 ‘시학’을 “문학과 같은 것을 체계적으로 작업 혹은 연구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린다. 그는 먼저 문학적 접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문학적 접근은 상당부분 ‘새 비평’(New Criticism)이라는 문학 이론의 영향을 받아 비역사적 접근이요, 작품의 구성에 일차적인 관심을 갖고 있고, 허구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 다른 문학 작품에 사용되는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는 이런 잘못된 접근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스테른버그 자신은 이런 문학적 접근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다. 특히 문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사람들 중에 반역사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반역사적 관점은 곧 언어라는 가장 기본적인 장벽에 부딪히면 곧 끝장이 난다고 보았다. 또 전통적으로 문학 이론가들이 윔자트와 비어드슬레이(Wimsatt and Beardsley)의 “의도의 오류”("The Intentional Fallacy")라는 함정에 걸려 저자의 의도를 무시하는데 대해 혹평을 가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의도의 오류’는 외적인 의도(저자의 심리, 전기, 일기 등에 드러난 것 등)를 지칭하는 것이지 텍스트 속에 객관화된 의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스테른버그는 담화의 분석을 위해서 이런 객관화된 저자의 의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한 역사비평 방법론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지난 200여 년 동안 그렇게도 많은 에너지를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일구어놓은 성과는 거의 무용지물에 가깝다고 비판을 가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방법은 자료비평에서 하듯이 성경의 배경이 되는 원자료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담화중심의 분석”(discourse-oriented analysis)으로서 텍스트 자체의 “의미와 효과의 패튼”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스테른버그는 역사 기록과 픽션 기록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 기록이란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사실의 기록이라고 주장하는 담화의 기록”이고, “픽션 기록은 하나의 자유로운 창작물이 아니라 창작의 자유를 주장하는 담화의 구조물”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 두 개념의 대조는 “진리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있지 않고 진리 가치에 대한 헌신”에 달려있다고 보았다. 즉 역사냐 허구냐를 구분 짓는 기준은 “진리 가치”(truth value)가 기준이 아니라 “진리 주장”(truth claim)이 기준이라고 본다.

스테른버그는 “독서의 드라마”(the drama of reading)라는 제하에 성경 내러티브의 3가지 기능적 원리들을 밝히고 있다. 그 세 가지 원리는 “이념적, 역사기록적, 심미적인” 것이다. 이는 텍스트의 접근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기본적인 특성을 가리키는 것이다.스테른버그가 성경 내러티브가 ‘역사기록적’이라고 말한 것은 내러티브가 “과거에 관한 진리를 말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이와 같은 주장들은 성경의 도처에 산재해있는데, “전지적인 해설자의 목소리”로부터 “기억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과 “과거의 사건이나 자료를 인용하거나 설명하는 모습”과 “하나님의 영감을 주장하는 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성경 내러티브는 어느 곳에도 저자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스테른버그는 창세기 1-11장의 내러티브와 열왕기의 내러티브를 같은 내러티브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고, “동일한 이념”과 “동일한 시학”을 드러낸다고 본다.

성경이 이념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말은 성경이 전달하고자 하는 “독특한 가치체계와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스테른버그는 이를 “교화라는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종속시키는 교훈적 담화”(didactic discourse)와 구별하여 다룬다. 성경은 종종 직접적인 접근 대신에 “미묘하고 복잡한” 문학적 접근을 취하는데 이로 말미암아 이념적 작업이 때론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해설자가 “진실을 말하지만 항상 진실 전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모호함과 틈새”를 해독하도록 남겨둔다. “인물묘사와 동기” (characterizations and motivations)는 서서히 드러나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결국 독자는 저자의 이념적인 메시지를 수용하게 되어 있다. 스테른버그는 성경의 설득의 수사학은 궁극적으로 “잘못될 수가 없는”(foolproof) 것이라고 믿는데, 이는 내러티브의“탁월한 심미적인 성과” 때문이라고 본다.

스테른버그가 말하는 성경 내러티브의 ‘심미적 기능’은 곧 이의 ‘문학적 기능’을 말한다. 성경이 역사기록적이라는 말은 심미적이라는 말과 상호배타적이지 않다고 본다. 그는 성경의 문학성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기본적인 원리라고 본다. “성경은 강한 심미적 (예술적,문학적, 시적) 원리가 작용함을 드러낸다.”라고 스테른버그는 말한다. 성경의 문학성은 심미적인 원리가 나타난다는 의미에서보다 이런 심미적인 원리가 너무나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일컫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스테른버그는 성경 내러티브의 시학을 논하는 것이다. 성경이 문학적이라는 말은 성경이 “예술적인 구조와 표현 양식”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의도적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테른버그는 성경은 전달하는 메시지만큼 문학성도 본질적인 요소라고 본다.

스테른버그는 성경에 이 세 가지 원리들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역사기록과 이념이 함께 간다. 왜냐하면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또한 이념적 담화를 탁월한 수준의 예술로 변화시키는데, 이는 상호 타협함이 없이 상호간에 효과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함께 원리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역사는 곧 이야기를 의미하는데 이는 “역사기록이 내러티브의 규칙을 수용 및 상호 결정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상의 세 가지 성경 내러티브의 원리들 중에서 스테른버그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곧 성경의 심미적인 요소이다. 심미적인 요소의 분석을 위해서 그는 “관점과 해석,” “관점의 변화,” “틈새,” “모호성과 독서 과정,” “진실과 전체적 진실,” “시간적 불연속성,” “내러티브의 관심,” “의미의 출현,” “인물과 인물묘사,” “반복의 구조,” “설득의 기술” 등을 다루고 있다.

스테른버그의 이론 중에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을 벌린은 지적하고 있다. 첫째 스테른버그가 사용하는 ‘진실 주장’이라는 개념이 성경과 고대근동의 문헌을 비교할 때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고대근동의 창조신화들도 나름대로 진실을 주장하고 있고, 이들 신화들에 나오는 해설자들도 전지적인 관점에서 기록을 하고 있다. 진실 주장이라는 말은 성경과 현대 소설을 비교할 때는 유용한 용어이지만 고대근동 문헌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이 용어만으로는 성경의 역사기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성경은 고대근동의 다른 문헌들과는 확실히 구분된 의미에서 역사기록임을 밝힐 필요가 있다. 둘째 스테른버그가 성경의 문학성을 다른 고대근동의 문학들과 비교하면서 혹은 다른 내러티브와 비교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치켜세우는 모습과 성경에 사용된 자료가 등장할 때마다 담화의 관점에서 대치시켜 설명하는 것은 학문적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셋째 스테른버그의 글 쓰는 스타일이 심미적인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벌린은 불평한다. 지금 분석의 대상은 성경의 심미적인 분석이지 스테른버그가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심미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학문적인 글은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김진규, <구약성경에서 배우는 설교 수사법>에서 인용; 각주 정보는 저서 참조 요망)

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원어성경 BHS, NA28, LXX (인터넷용)

원어성경 BHS (히브리어 구약), NA28 (헬라어 신약), LXX(70인역; 헬라어 구약)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어 소개한다. 인터넷이나 한글이나 Word나 PPT 등에서도 전혀 깨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건 & 퍼웰의 『히브리 성경의 내러티브』

건과 퍼웰이 1993년에 출간한 『히브리 성경의 내러티브』는 성경 내러티브의 문학비평과 역사비평의 상호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책 중에 하나이다. 이들은 ‘이야기’(story)와 ‘내러티브’(narrative)를 구분하는데 이야기를 내러티브보다 더 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성경 내러티브의 특징을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내러티브는 “인물과 인물의 말,

포껄만의 『성경 내러티브 읽기: 서론적 지침서』

포껄만이 1975년에 낸 『창세기 속의 내러티브 예술』이란 책은 역사비평에서 취하는 통시적 분석과는 달리 구조주의 (structuralism) 방법론을 사용하여 공시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구조주의 접근은 분문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사용된 언어의 기능적, 양식적 관계에 관심을 갖는다. 이 책은 시기상 올터의 저술보다 앞서지만 방법론상 공시적 분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