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랍비인 밀그롬이 Anchor Bible Series로 출간한 3권으로 된 방대한 양의 레위기 주석은 성서학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다수의 개신교 학자들과 심지어 보수적인 학자들도 그의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밀그롬의 주석에는 몇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음을 개신교인들은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1.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가 ‘하타트’의 의미를 새롭게 설명하면서 레위기의 ‘속죄제’(sin offering)를 ‘정결제’(purification offering)로 바꾼 것이다. 원래 ‘하타트’는 죄나 속죄제를 의미하는데, 이의 피엘형이 ‘정화하다’라는 의미임에 착안하여 속죄제를 정결제로 바꾸어버렸다.
원래 속죄제에는 정결케 하는 기능이 있었다. 그래서 속죄제를 통해서 성막/성전을 정화하거나 출산 후에 정화하거나 등의 기능이 있었다. 그런데 밀그롬의 치명적인 약점은 속죄제의 원래의 기능인 범죄한 사람의 죄를 씻는 기능을 부정하고, 정결제가 오직 죄의 결과로 인해 부정하게 된 것만을 정결케 한다고 보는데 있다.
그러면 원래 지은 죄는 어떻게 되는가? 그는 유대인 랍비답게 기발하게 설명한다. 원래의 범죄한 죄는 양심의 가책을 통해서 제거된다고 보았다. 이는 구약성경 어디에도 볼 수 없는 밀그롬식의 해석인 것이다. 정말 범죄한 죄 자체가 양심의 가책으로 해결되는가? 이는 신약의 속죄의 교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견해이다.
밀그롬이 이렇게 본 것은 그가 유대인 랍비이기 때문에 랍비 유대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유대인들은 주후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이후에 성전의 제의적 기능을 거의 무용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밀그롬이 속죄제의 죄 씻음의 효력을 현저하게 무시한 것은 그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제사는 시대에 맞지 않는 의미 없는 것으로 보는 유대적 전제를 갖고 그렇게 해석한 것이다.
속죄제는 정결케 하는 기능이 있지만 개신교에서 지금까지 견지해온 죄 씻음의 기능을 무시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웬함은 밀그롬처럼 속죄제를 정결제로 대치하지 않고 정결적 기능은 인정하지만 속죄제라는 용어는 그대로 사용한다.
2. 밀그롬의 두 번째 치명적인 약점도 역시 유대적인 선입견에서 온 것이다. 이는 동성애와 관계된 것이다. 동성애 금지법은 유대인들에게만 해당 되는 것이지 이방인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는 동성애 금지법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성경은 동성애를 금하는가? . . . 물론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지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첫째, 이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다른 민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둘째, 이 법을 따르는 것은 성지(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조건이지만 이스라엘 땅 밖에서는 상관없다. 셋째, 이는 남자들에게 제한된 것이지 레즈비언은 금지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 금지법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Leviticus: A Book of Ritual and Ethics, 196-197, 206-208).
그는 유대인 랍비로서 레위기에 나오는 동성애 금지법이 유대인들에게만 해당된다고 본다. 레위기는 오직 유대인들에게 해당된다는 그릇된 전제에서 나온 생각이다. 밀그롬의 관점에서 보면 레위기에 나오는 도덕법은 오늘날 기독교인들과는 상관이 없는 말씀처럼 보인다.
기독교인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레위기 동성애 금지법은 동일한 도덕법으로 우리에게 해당된다. 밀그롬의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기독교인들은 동성애를 옹호해도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레즈비언은 금지되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3. 이런 밀그롬의 견해는 그의 견해가 상당히 자유주의 신학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소위 구시대의 자료비평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레위기가 P자료와 H자료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그는 H자료는 주전 8세기경의 작품으로 본다. 모세의 저작을 인정하지 않는다.
밀그롬 나름의 기여도 있지만 균형 있는 연구를 위해서 그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속죄제의 대속적 기능을 무시하는 것은 기독교인들에게 매우 독소적인 해석이다. 그의 저술에 대한 기독교 신학자들의 다양한 서평들을 읽어보길 권한다.
<참고자료>
G. A. Anderson, "Sacrifice and Sacrificial Offerings (OT)," ABD 5:870-886. R. E. Averbeck, "Sacrifices and Offerings," DOT: Pentateuch, 706-773. J. Klawans, "Ritual purity, moral purity, and sacrifice in Jacob Milgrom's Leviticus." Milgrom, "Sin-offering or purification-offering." Belcher, "Review of Milgrom, Jacob. Leviticus: a book of ritual and ethics." Gorman, "Review of Milgrom, Jacob. Leviticus: a book of ritual and ethics." Hamilton, "Review of Milgrom, Jacob. Leviticus: a book of ritual and ethics." Sprinkle, "Review of Milgrom, Jacob. Leviticus: a book of ritual and ethics."
Comments